2007년 05월 16일
공중의제, 누가 어떻게?
매스미디어는 우리에게 매일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해준다. TV와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는 내가 직접 겪지 못하는 세상의 여러가지 정보들을 이야기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TV를 봐야하고, 신문을 읽어야 하며, 인터넷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수업시간에 자세하게 배웠던 의제설정이론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으며 미디어가 태도 변화와 같은 직접적인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최소한 구체적 이슈에 대한 공중의 관심을 형성하는 데에는 영향을 준다는, 한마디로 말해서 미디어 의제가 공중 의제를 설정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의제설정이론과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매스미디어, 특히 TV 와 신문의 의제설정기능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춤으로, 매스미디어 이외의 다른 미디어의 의제설정기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TV, 신문 등과 같은 매스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는 정보들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그 영향력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개개인이 단지 정보를 전달받는 수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정보의 생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의제설정이론과는 반대로 공중 의제가 미디어 의제를 설정하는 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 의제와 공중의제의 일방향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주장은 “누가 진정한 의제 설정자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이것은 공중의제와 미디어의제와의 상호 작용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한 네티즌이 인터넷 자유 토론방에 광화문앞 촛불 시위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은 단 하루 만에 ‘퍼나르기’를 통해 퍼졌으며, 온라인에서 하나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한 시민 기자가 “네티즌, 광화문의 촛불 시위를 제안하다”라는 기사를 올리면서 ‘퍼나르기’는 정점에 달했고, 마침내 촛불 시위가 광화문에서 합류하여 첫 촛불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후 한미 관계에 대한 이슈는 대선에서의 중요 이슈로 부각되었고, 정치권과 미국 정부, 해외 언론들도 촛불 시위를 주시하게 되었다. 최대 규모의 촛불 시위는 KBS 9시 뉴스 톱뉴스로 올랐고, 미국 대통령 부시의 사과마저 끌어내면서, 대선과 맞물려 2002년 연말 최대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 과정의 중요한 특징은 한 평범한 네티즌의 온라인상의 글이 여중생 사망과 SOFA 개정 문제가 공중 의제화되는 과정에서 강한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주요한 공중 의제가 아니었던 이 이슈가 한 개인의 의견으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공중 의제가 되면서 미디어가 그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슈가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공중 의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고, 그것을 미디어가 반영하면서, 비로소 공중 의제가 완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공중 의제가 먼저냐, 미디어 의제가 먼저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 by | 2007/05/16 21:29 | 트랙백 | 덧글(0)



